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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킨 대로 했을 뿐” 세월호 특조위 방해한 ‘공범자 공무원들’(경향) 왜방해했나
조회 : 18, 등록일 : 2019/04/15 23:02 (none)

[단독]“시킨 대로 했을 뿐” 세월호 특조위를 가라앉힌 ‘공범자 된 공무원들’

김원진·이혜리·유설희 기자 onejin@kyunghyang.com

특조위 조사 방해 재판 보니
해수부 공무원, 한결같이 조사 방해하고도 “어쩔 수 없었다”
특조위 활동 감시하며 청와대 비서관에 메신저로 일일보고
재판선 “본분 다했다”…공무원 행동강령은 안중에도 없어

<b>닿고 싶은 너</b>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유족이 서울 광화문광장 기억·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에 놓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반별 기념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닿고 싶은 너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유족이 서울 광화문광장 기억·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에 놓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반별 기념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엔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적절치 않다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조사방해 직권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은 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들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특조위 조사방해 문건을 직접 작성하고 실행했다. 공무원은 위법한 상급자 지시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청와대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침묵하는 공무원들을 이용했다. 공무원들은 이용당하는 것을 허락했다. 

경향신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태스크 포스(TF)가 기록한 특조위 조사방해 재판 자료를 분석했다.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 3명과 전직 해수부 장차관을 지난해 2~3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의 지시를 받아 조사방해를 도운 해수부 공무원들은 직권남용 대상이어서 면책됐다. 처벌을 피했다고 공무원들의 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또 다른 ‘공범’이었다. 

■ 면죄부 받은 고위공직자들 

지난해 11월29일 특조위 조사 방해 직권남용 재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301호 법정. 이철조 부산항건설사무소장(2급)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소장은 2015년 5월~2017년 11월 세월호 인양추진단 부단장,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장을 지냈다. 그는 2017년 11월 세월호 미수습자 유골 은폐·늑장 보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이 소장에게 조사 방해 내용 상당 부분을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 소장이 재판에서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는 “모르겠다”와 “기억이 안 난다”였다.

이 소장은 특조위 조사 방해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모른다”거나 “내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에 나오는 미수습자 관련 질문에도 “모른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인양 담당자가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질타했다.

이 소장의 모호한 증언 태도는 일관됐다. 윤학배 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 측 변호인이 “특조위 동향 파악이 청와대의 지휘라서 어쩔 수 없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했는데 이는 불법이라 생각했단 뜻인가”라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청와대 지시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과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모순 아니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 소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연영진 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1급)은 조사 방해의 핵심 인물이다. 연 전 실장은 새누리당 전문위원,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을 거쳐 2016년 11월 해수부 산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 12월 조사 방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사퇴했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연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조사 방해 실무를 맡아 실행·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연 전 실장은 조사 방해 업무를 시키면서 “부담 많이 갖는 것 같은데 우리(해수부)가 주관부서니까 하는 게 맞다”(윤두한 전 인양추진단 기획총괄과장 증언)는 취지로 말했다. 연 전 실장은 법정에서 “윗분들(청와대) 뜻에 따라 특조위의 청와대 행적조사 안건이 의결되지 않도록 자체적(장차관 주도)으로 노력했다”고도 증언했다. 

재판에서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연 전 실장(지시)→직원(보고)→연 전 실장(보고)→장차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드러난다. 연 전 실장은 유기준 당시 해수부 장관에게 “조선일보 기자에게 집중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상의를 많이 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비공개 자료인 4·16가족협의회 집행부 회의 결과를 입수한 뒤 첨부해 전송하기도 했다. 자료는 모두 해수부 실무자들이 만들거나 입수했다. 

■ “위에서 시켜 어쩔 수 없었다” 

2015년 1월25일 윤학배 당시 청와대 비서관 지시로 메신저 ‘바이버’ 단체대화방이 개설됐다. 참석자 14명은 모두 해수부 출신으로 세월호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바이버에서 특조위 활동을 감시하며 일일상황 보고를 했다. 바이버 대화방은 2015년 11월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없어졌다. 

해수부 출신 박승기 당시 새누리당 전문위원(2급)은 바이버 대화방에서 “(해수)부에서 칼을 잘 갈고 계셔야 할 듯”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에서 특조위 예산을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임현택 당시 특조위 운영지원담당관(해수부 파견)은 “우리 부, 행안부, 외교부가 하나가 되어 뭉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다. 박 전문위원은 현재 해수부 산하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이다.

임 전 과장은 특조위 관련 자료를 열심히 공유했다. 윤 전 비서관, 연 전 실장 등 윗선은 대화방에서 그를 칭찬했다. 임 전 과장은 법정에서 “(부당한 지시에 따른 것은) 부끄러운 모습인데 법 위반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분별력이 없었다”고 했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재판에서 공통적으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특조위에 파견된 정 사무관은 해수부에 특조위 동향을 보고한 사실을 두고 “서무팀장으로 본분에 충실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특조위 동향보고를 전달한 것도 “정보관들이 통상 요구해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윤두한 전 과장은 특조위 현황 대응방안 문건 작성을 두고 “행정부가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들 성명서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도 “정책적 판단을 했던 해수부 전체가 불법행위를 공모했다는 것은 부당하다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변호인 질문에 “적어도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직원들은 나름대로 그 상황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고 답했다. 윤 전 과장은 자신의 e메일 사용을 꺼려 직원의 e메일을 쓴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보면 공무원은 ‘상급자가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현저하게 해칠 때’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인·정당의 부당한 직무수행을 강요받을 때’에는 기관장에게 보고하거나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한 뒤에 처리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특조위 조사 방해에 관여한 해수부 공무원 중에서 공무원 행동강령을 따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피고인들은 해수부 공무원들의 침묵을 무죄 주장에 활용했다.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지시를 거부하지 않고,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직권남용 성립이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변호인들은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들에게 “이런 것(방해 행위)을 다 했는데 왜 기소유예를 받았느냐” “당시에 위법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지 않으냐”고 따졌다. 공무원들은 “위법성 여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윤두한 전 과장), “위법(이라기)보다는 마음이 불편했다”(정모 세월호 후속조치 TF 사무관), “예산배정 과정에서도 위법한 일은 없었다”(김남규 전 과장)고 답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욕을 먹는 꿈을 꾸기도 했다. 희생된 학생들이 꿈에 나오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전모 세월호 후속조치 총괄TF 사무관의 검찰 진술 내용이자 법정 증언이다. 전 사무관은 윗선의 지시를 받아 ‘특별조사가 필요한 세월호 특별위’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등 조사 방해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공무원이다. 뒤늦은 후회였다. 그도 법정에서 다른 해수부 동료들처럼 “상급자의 지시였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문에의문 2019/04/15
  너나하지마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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